유료 멘토링을 신청해 시니어 개발자와 대화를 했던 적이 있다.
신청한 이유는 1. 동료 개발자의 추천 2. 구직을 시작하기에 앞서 포트폴리오를 리뷰받고 싶었음 3. 시니어 개발자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였다.

받은 조언들은 아래와 같았다.

  1. 이력의 공백이 있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썼는지 잘 정리해라
  2. 포트폴리오에 고민의 흔적이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야한다
  3. 이력서에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는게 좋다
  4. 프론트엔드 개발자에게 1번째 우선순위는 순수 자바스크립트를 잘 쓰는 것이다

였다.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 대한 피드백은 ‘시키는 대로 일은 잘 하는 건 알겠는데, 본인만의 스토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개발 중에서도 무엇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지를 표현하지 않은 느낌이었다고 하셨다. 그 분은 웹에서의 애니메이션, 게임 개발에 관심이 많아 커리어를 그렇게 타온 분이었다. 어떤 프로덕트를 만드는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싶다는 걸 말할 수 있어야한다고 하셨다.

그 피드백을 들었을 때 반박할 수 없었다! 왜냐면 개발 자체는 재미있어도 딱히 어떤 프로덕트를 만들 때, 그 프로덕트(예를 들면 게임)라는 이유로 유독 재미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아직 만들어본 프로덕트의 종류가 적어서 그럴 수도 있다.) 오히려 그 프로젝트의 목적이 봉사와 소수자의 권익 증진 목적이면 보람을 더 느낄 것 같긴 하다.

대신 어떤 작업을 할때 유독 재미있었단 건 있었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다른 팀, 다른 개발자와 소통하면서 제품을 성장시켜가는 협업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사내 FE 디자인 시스템을 만드려고 동료와 코드 구조를 설계할 때나 react-hook-form을 어떻게 활용할지 PoC를 만들었을 때가 가장 보람찼던 순간으로 떠올랐다. 또 가독성이 좋지않은 코드, 개선의 여지가 있어보이는 코드를 리팩토링하는 개발을 할 때 제일 빠르게 시간이 갔다.

즉, 내가 ‘만들고 싶은 단 하나의 제품군은 없지만 어떤 프로덕트던 그걸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협업할 때 가장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 결론을 얻고 나서 회사에서 내가 협업, 커뮤니케이션, 더 나은 개발 문화를 위해 기여했던 부분들을 더 돋보이게 이력서를 수정했다.

결론은… 꼭 만들고 싶은 어떤 프로덕트가 있어야만 좋은 개발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젝트를 해내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얻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곘다. 또 나같은 개발자들이 이런 이유로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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